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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방송평론이 필요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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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08.04 14:24 2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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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방송평론이 필요한 이유

변동현(전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한국방송비평학회장)

1. 들어가며

“우리 아이들이 무분별한 이야기들에 마구 노출될 수 있도록 방치할 수 있는가? 또 그로 인해 그들의 성장기에 바람직하지 못한 가치관에 오염되는 현상에 눈 감아도 되는가?” 이는 플라톤이 2,300년 전 당시 드라마에 대해서 평한 말이다. 이처럼 평론의 역사는 짧지 않다.

평론(비평)이란 언론의 자유, 학문의 자유, 인권이 정상적으로 보장되어 있는 사회에서는 필수적인 지적 표현 활동이다. 그것은 민주 시민의 자유이자 권리이며 의무인 것이다. 또한 평론 및 비평이 풍부하고 다양하게 유통되는 사회는 그렇지 않은 사회 보다는 건강하고 삶의 질적 수준이 높은 선진국이라고 평가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2. 방송 평론의 존재 이유

방송은 현대사회에서 알권리의 실현, 오락과 정보의 제공, 문화예술의 전승, 재난예방 등 필수불가결한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적 제도이며 매개체(미디어)이다. 그러나 순기능 못지않게 역기능 또한 심각하다. 잘 못된 알권리를 앞세운 사생활 침해, 명예훼손, 지나친 폭력과 불미스러운 성표현, 품격없는 언어의 남용, 불공정 보도, 선정적 편성 등이 그것이다. 1970년대 미국의 방송통신위원장 Edward Minow는 미국의 방송을 거대한 황무지(Vast wasteland)와 같다고 술회한 바 있다. 방송 현실이 그러 할진데 만약 평론이라고 하는 국민적 감시가 없다면 방송은 더욱더 거칠고 황량한 황무지가 될지 모른다.

방송은 흔히 공익성·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한다고 한다. 그것은 주로 방송의 주인이 국민이라는 점(특히 지상파)과 그 지대한 영향력 때문이다. 그러나 국민이 감시하지 않고 평론하지 않는다면 공익적 책무와 윤리적 책무 또한 소홀해질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국민이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비평은 전문가들의 몫이라고 하지만 수용자인 일반 대중(시민단체)도 주인 의식을 가지고 방송환경 감시에 적극 동참해야 한다. 이런 면에서 프랑스의 문호이자 계몽주의 철학자인 Voltaire(볼테르)도 ‘대중은 쓰지 않는 비평가’다 라고 설파하였다. 비평 및 평론은 꼬집거나 싫은 소리만 하는 것이 아니다. 칭찬도 그 영역에 속한다. 우리 방송에 감동적이고 속 시원한 내용(콘텐츠)이 얼마나 많은가?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대작도 적지 않다. 칭찬이야말로 기분 좋은 비평으로서 방송발전에 촉진제가 된다. 절세의 화가인 Vincent van Gogh(고호)는 “평론은 즐거운 것이다. 인간에게 있어 칭찬을 받는 것은 필요한 것이다”라고 실토했다. 그런 면에서 방송인에게 상을 안겨 주는 각종 시상식도 하나의 비평적 활동이 될 수 있는 것이다.

3. 방송평론의 전통과 가치

영국의 TV비평은 대중문화 학자들 중심(Cultural Studies)으로 1960대부터 바람이 불기 시작하였다. Glasgow대 ‘Media Group’의 지속적인 영국 공영방송 BBC에 대한 비평은 신랄하기로 유명했다. 다믐 TV비평은 미국에서 활성화되었다. 시카고대학의 John Cawelti(1971, 1976)는 원래 문학 분야에서 평론활동을 하다 TV평론으로 방향을 바꿔 “Journal of Popular Culture”라는 정기 간행물을 발간하면서 존경할만한 TV 비평가라는 평가를 받았다(Gronbeck, 1987). Horace Newcomb은 TV: THE MOST POPULAR ART(1974)라는 TV평론서를 펴냈고, 마침내 1978년 미국의 언론인, 비평가, 학자들 그룹이 중심이 된 TV비평가협회(Television Critics Association, TCA)가 발족됨으로써 정기적인 뉴스레터 발간으로  미국 방송계에 많은 반향을 불러 일으켰으며 방송평론이 대학 커리큘럼에도 등장하며, 각종 비평가단체 등장과 함께 TV비평이 자리 잡게 되었다. 결과, 1970년대 중반은 미국 텔레비전의 르네상스 시기(Television Renaissance)라고 회자되었다.

그런데 우리나라에서는 평론(비평)이 크게 발달하지 못했다. 그 이유는 무엇보다 비평문화에 대한 관심 부족이다. 방송인은 선택된 대 국민 커뮤니케이터(Public communicator)라는 면에서 공인(公人)으로서의 윤리의식과 소명의식을 가져야 한다. 시청자가 방송을 수용하듯이 방송인도 비평을 국민의 소리로 수용하는 자세가 요구되며 나아가 보다 적극적으로 구하려는 의지가 필요하다. 국민은 방송의 비용 부담자(광고비/시청료 등)이며 수혜자인 동시에 피해자(때때로, 그리고 집단적으로)이기 때문이다.

 4. 방송평론의 원칙과 방법론

무엇보다도 감시와 비판적 관점에서 방송을 바라보는 자세는 비평의 가장 기본적인 자세이다. 우선 방송프로그램에 대한 서술, 분석(근거제시), 해석, 평가, 대안제시를 통해 타인과 관점을 공유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 구체적 근거제시, 논리적 주장은 필수적이다. 브리태니커(Britannica) 백과사전은 비평(Criticism)을 작품에 대한 평가와 분석, 그리고 이해가 중요하다고 정의한다.

비평 방법론은 다양하지만 여기서는 Stephenson Smith의 방법(절차)을 소개하고자 한다. 1) 감각적 인상에 의한 작품의 음미(Appreciation), 2) 체계적인 작품의 분석(Analysis), 3) 작품에 대한 비평적 해석(Interpretation), 4) 작품에 대한 역사성 평가와 의미부여(Orientation to the history), 5) 작품에 대한 고유성과 가치평가(Valuation)

5. 최근 한국 방송 비평의 사례

여기서 최근에 한국 유일의 방송비평 전문가 단체인 (사)한국방송비평학회에서 제시된 비평내용을 요약해서 소개하고자 한다. 강승구(한국방송통신대학교 교수)는 “종합편성채널(종편)들의 프로그램 편성에 대한 고찰”이라는 주제발표에서 1) 보도 프로그램의 집중화, 2) 재방송 프로그램 편성의 문제, 3) 프로그램 포맷의 일률화: 집단 토크쇼의 범람, 4) 프로그램의 선정성 등으로 문제점을 요약하고 종편이 아직 안정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음을 비판했다. 설립된 지 2년이 지난 지금 종편의 발전을 위해서라도 비평적 관심이 필요하다는 것이 결론이다. 다음 오명환(숭의여대 자문교수)은 “2013년 한국 방송프로그램 및 콘텐츠 평가와 진단”이라는 주제발표에서 채널간 경쟁과다 현상으로 유사 프로그램의 출현을 피해가기 어렵게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또한 다채널 환경에서 가열된 시청률 경쟁은 예능 프로그램의 ‘저질과 퇴폐’ 분위기 강도를 높이고 있다고 경계했다. 그러나 종편의 시청률이 높아진 만큼 영향력도 증대되고 방송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의 무거움도 늘어날 것이라고 결론 맺었다.

마지막으로 신상일(서울예대 겸임교수)은 “2013년 한국 TV드라마의 평가와 진단” 주제발표에서 드라마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본질을 파고드는 자세도 없고, 텔레비전 드라마가 근본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으며 창작성의 결여와 과도한 폭행·폭력적 표현의 난무에 대해서 매우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6. 결 론

우리 방송 환경의 양적· 질적 발전에 비하면 방송비평(평론) 분야는 너무나 낙후하고 부진하다 할 수 있다. 21세기 디지털 시대, 지상파·케이블·위성·인터넷방송·스마트TV·종편 등 폭발적인 채널(플랫폼)의 증가에 비하면 양적으로 미미할 뿐 아니라 질적으로도 수준 있는 글을 찾아보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세계적인 문호 T.S. Elliot은 ‘비평하는 것은 호흡하는 것과 같이 불가피한 것’이라고 할 정도로 중요시 했다. 또한 G.E.B. Saintsberry는 그의 저서 “비평의 역사”에서 ‘비평이란 지고의 선(善)일 뿐 아니라 모든 선(善)을 발견하고 알고자 하며 사랑하려는 노력’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의 방송발전을 바라고, 방송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방송 비평 및 평론에 보다 많은 관심을 보이고 비평이 보다 개방되고 환영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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